2011/04/16 21:09

by 요조

 

하루는 내 동생과 한 이불속에서 밤이 새도록 수다를 떨었다.
당시 그녀는 고3 이었고 나는 스물일곱. 8살 터울이었지만
우리는 서로의 나이차이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수학 성적이 좋아서 이과를 선택한 수현이는 고3이 되었지만 한달인가
지나서 갑자기 사진을 공부하고 싶다고 부모님 속을 엄청 썩이고 결국
사진기를 손에 쥔지 4개월 정도 지났을 때였다.

'중앙대에 가고 싶어, 언니. 근데 사진과는 서울캠퍼스가 아니고지방에
있어서 집에서 통학하기 쉽지 않을텐데 어쩌지?'

'그럼 나랑 둘이 따로 나와서 살자. 언니가 얼른 앨범내고 돈 벌고 차 뽑아서 데려다줄게.'

'내가 언니랑 따로 산다고 하면 엄마가 퍽이나 좋아하겠다.'

'걱정마, 너 사진 공부 하는 것도 내가 우겨서 허락받은건데... 어디쯤에 집을 구하면 니가 학교 다니기에도 내가 홍대 가기에도 편할까?'

다음날 동생은 청량리역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녀오겠다고 말했고 난 만원인가를 쥐어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녀는 청량리역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내게 꼭 필요한 존재였다. 내가 계란 흰자를 좋아하고 그녀는 계란 노른자를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아니면 나는 닭가슴살을, 그녀는 닭다리를 좋아해서 치킨을 한마리 시켜도 사이좋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엄마가 밥먹으래'라는 한마디가 하루 중 우리의 유일한 대화일 때도 많았고 내 옷을 말없이 가져가는 것에 미칠듯이 분노하며 엄마가 내 동생을 혼내는 날엔 나 역시 엄마편을 주로 들곤했지만 나에게는 역시 내 동생 뿐이었다.

청량리역에서 사진을 찍던 동생은 이유없이 포크레인에 깔려 즉사했다.
병원에는 경찰도 오고, 포크레인 회사 사람, 철도청 사람, 방송국, 신문
기자들이 왔다.

3일이면 충분한 장례식장에 11일을 머물렀다. 너무나 힘들었다.
하지만 나를 가장 많이 괴롭혔던 것은 엄마가 했던 말이었다.
사진공부를 시키지 않았다면 수현이는 죽지 않았을거야.
밤이 오면 옥상에 올라가 많은 것을 생각했다.
그녀가 죽기 바로 전 날, 새벽까지 우리가 그렸던 내일이 난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중앙대에 갈 수 없고, 사당 근처에서 같이 살 수도 없고 내가 돈을 벌고 차를 뽑아도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집에 돌아와 우리는 새로운 삶을 살아야했다.
엄마는 매일 아침 밥을 지어야 했고 아버지는 매일 아침 출근을 했다.
나는 바로 제주도에서 공연이 생겨 웃는 얼굴로 <바나나 파티>를 불러야 했다.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었다. 나는 계속 '내일'에 대해 생각했다.
누군가 내게 '내일은 뭐해?' 하고 물어오면 '내일? 내가 어떻게 알아.
바로 죽어버릴 수도 있는데.' 하고 이야기했다.

동생을 잃고 나서 얼마간 이루 말할 수 없는 비관론자가 되었다. 죽음은
이제 더이상 나에게 쪼글쪼글 할매가 되어서야 맞게 되는 일이 아니었다. 바로 코앞에서 나를 언제나 마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두렵지도 않았고, 늘 내일 죽을 사람처럼 굴었다.

수중에 있는 돈은 그냥 다 써버렸고, 살찔까봐 조심스러워했던 식성도
과격해졌다. 술도 퍼마시고 담배도 피워댔다. 그렇지만 나는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내일'이라는 것을.
동생뿐이었던 내게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홀랑 데려가버렸던 신의 의도를. 죽기전에 우리가 보낸 새벽을. 그녀의 죽음을. 사진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죽지 않았을거라는 엄마의 절규를. 그녀의 죽음을 통해 나는 무언가를 깨달아야했고 그걸로 내 삶이 변화해야 했다. 깨닫지 않고서는 그녀의 죽음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일년 반 정도가 지났다.

그리고 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 동생의 죽음의 교훈을 알아 내었다. 그 교훈은 민망할 정도로 너무나 당연해 모두가 간과하고 있던 시시한
진실.

그것은 바로 '빛나는 오늘의 발견'이고 '빛나는 오늘의 나' 였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내가 내 동생을 잃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던 것. 오늘에 충실하는 것. 이것이 여러분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다.

나는 여러분이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고문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여러분이 오늘 먹고 싶은 음식을 먹기를 바라고, 너무 입고 싶어 눈에 밟히는 그 옷을 꼭 사기를 바란다.
나는 여러분이 늘 보고 싶지만 일상에 쫓겨 '다음에 보지 뭐' 하고 넘기곤 하는 그 사람을 바로 오늘 꼭 만나기를 바란다.

나는 여러분이 100만원을 벌면 80만원을 저금하지 않고 50만원만 저금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사고 싶은 옷을 참고 먹고 싶은 음식을 참으며 만나고 싶은 사람을 다음으로 미루는 당신의 오늘에 다 써버리기를 바란다.

나는 당신이 사진을 찍을 때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는 당신이 그림을 그릴 때 행복하길 바라고, 당신이 무대위에서 대사를 읊조리고 동선을 고민할 때 행복하기를 바란다.

이 사진이 사람들의 호응을 살지, 이 그림이 얼마나 비싸게 팔릴지, 당신의 연기를 사람들이 좋게 봐줄지를 고려하기보다 그저 당신이 원해왔던 행위를 하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 당신의 행복을 더 우선했으면 한다.

내일 죽어도 좋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당신의 오늘이 완성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 노래하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오늘 수중에 돈이 없을때면 맛있는 라면을 먹고 돈이 많을 때 내가 좋아하는 봉골레 스파게티를 먹는게 행복하다.
사랑하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거나하게 취하고 다음날 눈을 떠 조금 창피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 행복하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2009년 5월 22일 뮤지션으로 살아있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사진공부를 시키지 않았다면 수현이는 죽지 않았을 거야' 하고 이야기했던 엄마는 조금 틀린 것 같다. 수현이는 그 날, 행복했을 것이다. 그렇게 원했던 사진을 그 날도 찍을 수 있어서, 찍고 싶었던 청량리역을 찍고 있어서, 내가 쥐어준 만원으로 맛있는 밥을 먹어서 행복했을 것이다.

얼마전 차안에서 그냥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스피노자가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을 인용하는 것을 듣고 나는 엉엉 울었다.
이제야 이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흘린 눈물이었다.
나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내일 모레 공연을 위해 오늘 합주를 할 것이다.
여러분도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 나는 당신의 오늘이 행복하길 바란다.
당신의 내일같은 건 관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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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닐리리야:$
2009/06/25 03:04

나는 런던의 수학 선생님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김은영 (브레인스토어,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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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 선생님이 되기로 마음 먹고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혼자서 영어로 수학을 다시 공부하는 일이었다. 영어로 모든 용어를 외우고 식을 읽는 방법을 익히는 일은 의외로 아주 재미있었다. 사람은 하고자 하는 공부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걸 나는 그때 알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공부했다 싶었을 때, 나는 내가 공부한 '영어로 된 수학'을 실험해보는 차원에서 자원봉사 같은 일이 필요했다. (15)

 가정의 틀이 깨져버린 이 아이한테 학교는 아무 존재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렇게 상처가 난 어린 마음에 고작 '펜'을 안 가져온 이유로 더 생채기를 낸다는것, 하다못해 직장동료한테 우환이 생겨도 조심하는 우리가, 우리보다 여린 마음을 가진 아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말이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 그런 아이가 있을까 봐, 그런 아이한테 상처주는 어른이 될까봐 이제는 그냥 군소리 안 하고 펜이며 종이며 준다. (61)

 우리나라는 어떤가? 어린시절의 전부를 보내는 학교라는 곳, 같은 반 친구가 적일 수밖에 없는 곳, 대놓고 적이라고 말하기까지 하는 곳, 과연 누가 수학 100점 받은 사람이 수학 97점 받은 사람보다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실수로 인해 등수가 달라지고, 친구가 실수하면 내 등수가 올라가 기쁘고. 정정당당을 배워야 하는 학교에서 우리는 '나는 시험 운이 없어,,' 라고 운 타령을 하기 시작해서 죽을 때까지 운 타령만 하고 있지 않은가.
 비록 수업 시간에 떠들면서 내 속을 썩이긴 해도 늘 서로 가르쳐주고 도와가며 공부했던 11학년 아이들. A받은 아이가 A+받은 친구를 정겹게 안아주며 진심어린 축하를 해주는 모습. 나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무슨 도축장에 있는 소도 아닌데 누구는 1등급, 누구는 2등급, 그렇게 등급을 나눠 사춘기 여린 소녀들의 우정을 사정없이 난도질했던 내 나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우정을 지켜야 하는 것이 인간이 갖추어야 할 덕목임을 가르치고 싶었을까. 소크라테스 같은 철학자도 감히 생각할 수 없는 고차원적 삶의 접근법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교육제도. (111-112)

 내가 정의한 '영국병'이라는 게 있다. 100%의 영국 사람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주변에서 이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꽤 봤다.
 그건 바로 버리지 않는 병이다. 설사 '돈이 든다' 해도 차라리 돈 내고라도 버렸으면 속 시원할 물건들을 안 버리니 병인 것이다.
 boot sale:
 앤티크:
 (150)





사실 이것도 읽은지 꽤나 되서 내용 기억이 잘 안난다.ㅠㅠㅠ
1년 된 것도 아닌데 왜 기억이 안나는지는 나도 이해 안되지만,
제목만 보고는 설마 진짜 영국의 수학 얘기를 하겠어? 했는데 정말 영국의 학교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근데 하나도 안 따분하다 재밌다
그리고 나는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내가 잘 적응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렇게 문제 있나 싶었고 다른 애들이 나중에 자기 자식은 유학을 보내겠다 했을때 나는 안 그럴거라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아, 정말 우리나라 교육 문제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등수에 상관없이 끈기와 열정 노력이 있으면 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나라. 우리나라는 언제쯤 그렇게 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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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닐리리야:$
2009/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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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닐리리야:$